블로커 — 내 카드 두 장이 상대의 레인지를 지운다
9편의 블러프캐칭과 21편의 오버벳에서 블로커가 잠깐씩 나왔다. 상대의 밸류 조합을 지우는 카드, 상대의 콜 조합을 지우는 카드. 이 글은 그 한 줄짜리 언급을 제대로 편다. 출발점은 단순한 사실이다. 내가 A♠를 들고 있으면 상대는 A♠를 들 수 없다. 이 당연한 사실이 상대 레인지를 얼마나 바꾸는지 세어 보면, 블로커가 무엇이고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가 보인다.
조합 세기부터
상대의 레인지는 «핸드 이름»이 아니라 «조합 수»로 센다. AA는 무늬 조합이 6개, AK 수딧은 4개, AK 오프수트는 12개다. 보드와 내 홀카드가 이 숫자를 깎는다. 내가 A를 한 장 들면 남은 A는 석 장이니 상대의 AA는 6개에서 3개로 줄고, AK는 16개에서 12개로 준다.
| 상대 핸드 | 내 카드와 무관할 때 | 내가 A를 한 장 들었을 때 |
|---|---|---|
| AA | 6조합 | 3조합 |
| AK (수딧 + 오프수트) | 16조합 | 12조합 |
| AQ 수딧 | 4조합 | 3조합 |
| KK | 6조합 | 6조합 (변화 없음) |
이 표가 블로커의 전부다. 내 카드가 상대의 어떤 조합을 몇 개 지우는지 세고, 지워진 조합이 상대 레인지에서 어떤 역할이었는지 보는 것이다. 지운 조합이 상대의 강한 패였는지 약한 패였는지에 따라 같은 카드가 반대 방향으로 작용한다.
네 방향: 무엇을 하려는데, 무엇을 지우는가
블로커는 «좋은 카드»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지금 콜하려는지 블러프하려는지, 그리고 내 카드가 상대의 강한 조합을 지우는지 약한 조합을 지우는지에 따라 네 칸으로 갈린다.
| 내가 하려는 것 | 상대의 강한 조합(밸류·콜)을 지운다 | 상대의 약한 조합(블러프·폴드)을 지운다 |
|---|---|---|
| 콜 (블러프캐칭) | 좋다. 상대의 밸류가 줄어 블러프 비율이 오른다 | 나쁘다. 상대의 블러프가 줄어 콜 가치가 내려간다 |
| 블러프 | 좋다. 상대가 콜할 패가 줄어 폴드 에퀴티가 오른다 | 나쁘다. 상대가 접을 패가 줄어 블러프가 잘 안 먹힌다 |
9편의 예시를 떠올리면 위 줄이 바로 이해된다. 페어 보드에서 5를 한 장 들면 상대의 55 조합이 세 개에서 하나로 줄어 콜이 편해졌고, 스페이드를 한 장 들면 상대의 빗나간 스페이드 드로우가 줄어 콜이 불편해졌다. 같은 원리를 블러프 쪽으로 돌리면 아래 줄이 된다. 상대가 콜할 조합을 내가 들고 있으면 블러프가 서고, 상대가 접을 조합을 내가 들고 있으면 블러프는 벽에 부딪힌다.
가장 힘센 블로커: 넛을 지우는 카드
블로커 중에서도 값이 다른 것이 있다. 그 보드의 넛 조합을 지우는 카드다. 플러시가 완성된 보드에서 든 A♠는 상대의 넛 플러시를 통째로 지운다. 스트레이트 보드에서 넛 스트레이트를 만드는 카드도 같다. 프리플랍에서는 4편에서 본 A5 수딧 3벳이 이 원리다. A 한 장이 상대의 AA·AK를 깎아 4벳 맞을 확률을 낮춘다. 4벳이 안 나와도 A5 수딧은 플랍 이후 할 일이 있다.
내 카드
보드
- BTN인 내가 오픈, BB 콜. 플랍 K♠8♠4♦에서 반팟 씨벳, 콜. 턴 2♣는 A 하이의 쇼다운 밸류를 살려 체크로 넘겼다. 리버 7♠로 플러시가 완성됐고, 상대가 체크했다. 팟 11BB에 15BB를 쏜다.
- 이 벳의 근거가 A♠다. 상대 레인지의 플러시 가운데 가장 편하게 콜할 조합인 넛 플러시가 내 카드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다. 남은 플러시는 낮은 스페이드 두 장뿐인데, 그런 패가 아웃 오브 포지션에서 리버를 체크로 넘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
- 상대의 콜 후보는 톱페어 Kx와 스페이드 한 장을 든 원페어 정도다. 같은 무늬 석 장이 깔린 보드에서 팟보다 큰 벳을 맞으면 이 패들은 대부분 접는다.
- 내 쪽에서 보면 이 벳은 넛 플러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BTN 오픈 레인지에는 A♠x 수딧이 잔뜩 있고, 그중 상당수가 플랍에서 이 라인을 탄다. 상대는 내 A♠가 블러프인지 넛 플러시인지 구분할 수 없다.
- 같은 자리에서 A♠가 없는 A♥J♦였다면 벳하지 않는다. 상대 레인지에 넛 플러시가 살아 있고, 내 라인에 플러시가 있다는 이야기도 약해진다.
언블로커: 안 든 카드도 정보다
블로커의 반대도 있다. 내가 그 카드를 안 들고 있다는 사실이, 상대가 그 카드를 들고 있을 조합을 온전히 남긴다. 보드에 스페이드가 두 장 깔리고 리버에 스페이드 드로우가 빗나갔다고 하자. 남은 스페이드 11장에서 두 장을 고르는 조합은 55개다. 내 두 장에 스페이드가 하나도 없다면 그 55개가 하나도 깎이지 않고 상대 레인지에 남는다. 내가 스페이드를 한 장 들었다면 45개로 준다. 블러프캐칭에는 앞의 조건이 더 좋다. 반대로 블러프할 때는, 상대가 접을 빗나간 드로우를 내가 지우고 있지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블로커가 못 하는 일
블로커는 저울을 기울이지, 뒤집지 않는다. 상대의 콜 레인지가 40조합인데 내 카드가 그중 4개를 지웠다면 10%가 줄어든 것이다. 의미 있는 숫자지만, 상대의 라인과 성향이 가리키는 방향을 거스를 만큼은 아니다. 순서는 늘 같다. 먼저 상대 레인지와 라인을 읽고(9편·18편), 그 판단이 애매할 때 블로커로 어느 쪽인지 정한다. «A가 있으니 블러프»는 레인지 분석을 건너뛴 핑계일 때가 많다.
- 안 접는 상대에게 블로커는 없다. 상대가 톱페어로 무조건 콜하는 사람이면, 내가 넛을 지웠든 말든 그 톱페어는 그대로 콜한다.
- 조합 수를 과대평가하지 않는다. A 한 장은 상대의 AK 16조합 중 4개를 지운다. 그 핸드 안에서는 25%지만, 상대 레인지가 100조합이라면 전체의 4%다. 카드 한 장이 레인지 전체에서 지우는 몫은 대개 5~15%고, 절반을 지우는 일은 없다.
- 블로커가 있어도 이야기가 맞아야 한다. 내 라인에 넛이 들어갈 자리가 없으면, 넛을 지운 카드를 들고 있어도 상대는 믿지 않는다.
- 같은 카드가 보드에 따라 반대로 작용한다. 내 A♠는 상대 레인지에서 A♠가 들어간 조합을 전부 지운다. 플러시가 완성된 보드에서는 그것이 상대의 넛 플러시를 지우는 좋은 블로커다. 플러시가 빗나간 보드에서는 상대가 접을 패인 빗나간 넛 플러시 드로우를 지우는 나쁜 블로커다.